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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독서HAZA365>/책속글귀-2018년

심장이 뛴다는 말 中 -정의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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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46
며칠 잠을 전혀 못 잤다.
덕분에 잘 버티고 병동으로 옮겨간 환자들.
덕분에 사람들에게 좀비라는 이야기를 들은 나.
종일 시체처럼 돌아다니다 이제 잠든다.
새벽 3시 30분,
깨어 있기엔 이른 시간이다.




2005410
지난주에 3명의 환자를 잃었다.
죽음이 임박한 환자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살려주세요. 선생님"
나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아버지의 눈을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모든 환자를 살리려고 하지 마, 네가 살리는 게 아냐. 환자가 사는 것이지."
내가 좋아하는 교수님이 해준 말이다.
그래도.....




20051016
어젯밤에 굳은 결심을 했다. 도망을 가리라. 계획은 간단했다. 오늘 아침 오더를 일찍 작성한 후 정정당당하게 병원을 나와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며칠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휴식이고, 쉬려면 도망을 가야 한다.
그런데 어젯밤은 정말 바빴다.
밤새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단 10분도 가만있지 못하게 계속 호출이 왔다.
계획했던 오늘 오더는 해가 뜰 무렵에야 가까스로 작성할 수 있었다.
도망을 가고 싶었지만 너무 졸린 관계로 일단 눈을 붙이기로 하고 침대에 누웠다.
아침이 왔고 새로운 일과가 시작되었다.





2006223
내 생일. 아침부터 밤 11시 20분까지 수술을 했다. 그리고 앞으론 이것이 내 생일의 전형적인 풍경이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별로 나쁘지는 않다. 이제 간신히 흉부외과 의사가 된 것 같다.


 


2006313
아침부터 아이가 죽은 채 실려 나갔다. 나는 밤새 멍하니 있었다.
그랬던 것 같다. 삶은 그러기 마련이다.
아이는 죽어가고 있는데 그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며 아이의 죽음을 재촉하고 다그쳤다.
'어차피 안 될 것이면 그냥 포기하지."
나는 멍하니 있었고, 아무도 그에게 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지나치게 가난했고 지나치게 아이가 많았다. 그는 아이의 시신을 병원에 기증한다고 했다. 선배 한 명이 아이를 곱게 안고 어딘가로 가서 시신 기증 절차를 밟고 왔다. 아이의 엄마는 울기만 했고 아이의 아버니는 담배만 피웠다.
밤이 지나가고
아이는 사라지고
아침이 되었다.
그리고 곧 점심이다.

아니는 사라졌고
모두 밥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다.


심장이 뛴다는 말 中  -정의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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